레드와인은 포도 껍질과 숙성시간에 따라 그 종류가 결정된다. 품종에 따라 맛과 향이 다르니 기본 지식을 알고 있다면 와인 구매할 때 취향에 맞는 와인을 고를 수 있을 것이다. 자세히 알아보자.
포도 품종은 각 나라별로 다르기도 하고 재배하는 방법도 다르다. 레드와인의 대표적인 품종을 정리해 보았다.
말벡 ( Malbec )
아르헨티나 대표 레드 품종이다. 말벡은 프랑스 남서부 지역 까오르(Cahor)지역에서 유래한다. 프랑스 까오르의 말벡은 검은 과실과 장미 향이 살짝 스치며, 부드러운 와인이 된다. 전반적으로 동물적인 느낌과 시골스러움 그리고 타닌이 강한 편이다. 보르도 지역에서는 와인을 부드럽게 할 목적으로 메를로와 함께 블렌딩되었다. 참고로 프랑스의 까오르(Cahors)에서는 오쎄후와(Auxerrois)는 말벡을 뜻하지만 알자스에서 오쎄후와(Auxerrois)는 전혀 별개의 화이트 품종이다.
1852년 아르헨티나에 전해진 말벡은 보르도에서 가져간 포도 나무였고 말벡은 아르헨티나의 토양과 기후에 적응하며 수많은 변종을 낳았다. 아르헨티나에서 가장 성공적인 말벡은 해발 고도 1000~1100m 사이에 위치한 포도원에서 자란 말벡으로 산미와 미네랄, 잘 익은 잼, 주스,자두 풍미가 좋은 와인으로 완성된다. 칠레와 남호주에서도 말벡이 재배된다.
아르헨티나 말벡 와인은 어두운 보랏빛을 띠며, 자두와 바이올렛 향을 내며, 부드러운 타닌과 구조를 갖고 있다. 까오르의 말벡 와인은 건포도, 자두 껍질, 특징적으로 담배 향을 지닌다. 칠레와 남호주의 말벡은 바이올렛 향이 더욱 두드러지며, 아주 잘 익은 타닌을 느낄 수 있다.
메를로 ( Merlot )
메를로(Merlot)는 프랑스 레드 품종이다. 메를로라는 이름은 '티티새(Merle)'의 프랑스어에서 유래했다. 메를로는 1784년 프랑스 보르도 우안 리부르네스(Libournais)에서 재배되었다는 최초의 기록을 찾을 수 있으며, 당시엔 지역명으로 포르보(Faurveau)로 불렸다. 유전자 분석에 따르면, 메를로는 카베르네 프랑(Cabernet Franc)과 마그들렌 데 샤랑트(Magdelaine des Charente)의 접합종이다.
이후 19세기 중반 메를로가 보르도 좌안에 심겨졌고, 카베르네 소비뇽과 블렌딩되기 시작했다고 알려져 있다. 당시 메를로는 보르도와 이탈리아에서도 언급되는 걸로 보아 비슷한 시기에 전파됐다는 짐작이 가능하다. 최상급 메를로는 보르도 우안 뽀므롤(Pomerol)와 생 테밀리옹(St. Émilion)에서 찾을 수 있다.
보르도 우안은 보르도 좌안보다 따뜻한 기후를 지녀 메를로 품종의 와인은 보다 농축된 풍미를 갖는다. 여기서 주의할 점은 보르도 우안의 기후가 따뜻하지만, 그 토양은 차고 축축한 점토가 대부분이라 땅은 따뜻하지 않다는 점이다. 최상급 메를로의 경우 9~12년 사이 시음 절정기에 이르며 수십 년의 장기 숙성 잠재력을 지닌다.
프랑스를 제외하고 뉴질랜드의 거의 전 지역, 이탈리아 북부, 미국, 캐나다, 호주, 남아공, 칠레 등지에서 잘 자란다.
메를로는 싹이 일찍 나오기 때문에 자칫하면 냉해를 입을 수 있고, 껍질도 얇아 포도알이 쉽게 썩는 문제도 있다. 일반적인 경우 메를로는 카베르네 소비뇽보다 2주 정도 먼저 익어 수확할 수 있다. 메를로는 상당히 광범위한 향과 맛을 낸다.
기후와 토양에 따라 메를로는 가볍고 즙이 많은 피노 누아 같기도 하고, 카베르네 소비뇽을 능가하는 힘과 무게를 지닌 와인이 되기도 한다. 최상의 모습을 보이는 메를로는 실키한 탄닌과 딸기, 라즈베리, 검은 체리, 블랙 커런트, 자두, 무화과와 말린 자두 같은 풍미를 지닌다. 입에서는 스파이스, 계피, 클로브 및 삼나무, 송로버섯, 담배, 감초, 구운 견과류 향 등 매우 복합적인 풍미를 보인다.
과잉 생산된 메를로는 민트와 허브 향을 내며 매우 묽은 편이다. 메를로는 전체적으로 부드럽고 둥근 느낌을 주는 레드 와인으로 음식 없이 와인 만으로 즐길 수 있으며, 음식과의 매칭에서 상당히 다재다능한 와인이다. 허브를 넣은 테린(Terrine), 파테(Pâtés), 오리 등과 잘 어울리며, 한식 요리 중 매운 음식에도 잘 맞는다. 다른 아시아 향신료에도 무난한 조화를 보인다.
카베르네 소비뇽 ( Cabernet Sauvignon )
거의 모든 와인생산국에서 재배되는 레드 품종이다. 유전자 분석에 따르면, 카베르네 프랑(Cabernet Franc)과 소비뇽 블랑(Sauvignon Blanc)의 접합종이다. 카베르네 소비뇽은 거의 전세계 와인산지에서 재배되며, 와인은 기후, 토양, 와인 양조방식에 따라 제각기 다른 맛을 낸다.
거의 대부분 다른 품종, 예를 들어, 메를로, 카베르네 프랑, 말벡, 쁘띠 베르도가 블렌딩에 사용된다. 호주에서는 카베르네 품종에 쉬라즈 품종을 혼합하기도 한다.
카베르네 소비뇽은 포도가 완전히 익으려면 따뜻한 기후가 필요해 피노 누아(Pinot Noir)보다는 온난한 기후에서 재배가 잘 된다. 서늘한 해에는 와인에 피망 향이 스치며, 지나치게 더운 해에는 잼 같은 느낌으로 조리된 블랜커런트 풍미를 낸다. 카베르네 소비뇽의 명성은 보르도 메독처럼 배수가 잘되는 자갈 토양에서 잘 자란다.
카베르네 소비뇽은 블랙커런트, 블랙체리, 자두 향이 특징적이며, 숙성되면 삼나무와 담배 상자 풍미를 낸다. 포도의 완숙도가 살짝 부족한 경우, 피망향 혹은 식물성 향이 스치기도 한다. 카베르네 소비뇽은 이외 담배, 유칼립투스 향도 지니며, 숙성에 따라 더 복합적인 풍미를 준다.
대부분의 카베르네 소비뇽 와인들은 수확 년도에서 9~12년 사이 시음 적정기에 들며, 매우 긴 숙성 잠재력을 지닌다. 카베르네 소비뇽으로 만든 와인은 풍미가 풍부해서 구운 양 고기, 소고기 스테이크, 구운 가금류 등이 잘 어울리며, 이외 버섯이 들어간 음식, 비프 스튜 등도 잘 어울린다.
시라/쉬라즈 ( Syrah/Shiraz )
시라(Syrah)는 프랑스 남부 레드 품종이다. 유전자 분석에 따르면, 시라는 두레자(Dureza)와 몽두즈 블랑(Mondeuse Blanc)의 접합종이다. 시라는 프랑스 론 밸리(Rhône Valley) 북부에서 주로 재배되며, 호주에서는 쉬라즈(Shiraz)로 부른다.
호주로 전해진 시라는 호주의 다양한 토양과 기후에 적응하며 성공적으로 자리를 잡았다. 호주에서 쉬라즈는 주로 미국산 오크통에 숙성되며, 바닐라와 다크 초콜릿 향 그리고 호주 전역에 분포하는 유칼립투스와 민트 향을 지닌다. 프랑스와 호주 외에, 칠레와 아르헨티나, 뉴질랜드와 남아공에서도 시라가 재배되며, 각 지역 특성을 잘 살린 훌륭한 와인들이 만들어지고 있다.
최상급 시라 와인은 꼬뜨 로띠(Côte-Rotie), 에르미타쥬(Hermitage), 생 조세프(Saint Joseph)에서 찾을 수 있다. 이런 와인들은 수십 년이 넘는 장기 숙성 잠재력을 지니며, 숙성된 시라는 자두, 스파이스 풍미가 멋스럽다. 시라는 그르나슈, 무르베드르, 까리냥, 쌩쏘 등 다른 품종과 자주 블렌딩 된다.
시라는 검은 과실, 꽃 향이 강렬하며, 후추와 허브 향을 드러낸다. 경우에 따라, 시라 와인에서 블랙 커런트와 감초, 훈연향을 느낄 수 있다. 주로 높은 타닌감과 산도, 블렉베리, 다크 초콜릿 아로마를 지닌다. 중간 기후대에서는 민트, 유칼랍투스, 훈제한 고기, 검은 후추 등의 아로마를 가지며, 더운 기후대에서는 감초, 정향 을 가진다. 숙성 시 가죽, 흙, 젖은 나뭇잎의 향을 가진다.
숙성된 시라 와인은 사냥 고기와 비슷한 풍미를 내기 때문에 그릴에 구운 사냥 고기 혹은 양고기와 잘 어울린다.
피노 누아 ( Pinot Noir )
피노 누아(Pinot Noir)는 프랑스 부르고뉴 대표 레드 품종이다. 피노누아는 부르고뉴 지역에 약 2천년 전 전해졌다고 알려져 있다. 피노 누아는 소나무(Pine tree)와 검정(Noir)을 의미하는 프랑스어에서 유래했다. 이는 피노 누아의 포도 송이 모양이 솔방울과 닮았기 때문이다. 피노 누아 송이는 포도알이 매우 작고 껍질이 얇으며 빽빽하게 자리잡는다.
피노 누아는 전세계 서늘한 기후를 지닌 모든 곳에서 재배되지만, 프랑스 부르고뉴에서 자란 것을 최상으로 여긴다. 이 외 미국 오레곤(Oregon), 카르네로스(Caneros), 러시안 리버 밸리(Russian River Valley), 남아공의 워커 베이(Walker Bay)와 엘진(Elgin), 뉴질랜드의 마틴보로(Martinborough)에서도 재배되며, 프랑스 상파뉴(Champagne)에서도 생산된다.
완성된 와인은 와인 중에서도 가장 섬세하다고 평가 받지만, 피노 누아의 재배 및 양조는 까다롭기로 유명하다. 와인은 체리, 라즈베리, 딸기 향을 내며, 부드러운 타닌과 환상적인 산미를 지닌다. 숙성된 피노 누아는 가금류, 가죽, 버섯, 흙내음 등 복합적인 향을 내며, 향, 스파이스 풍미도 보인다.
피노 누아 와인은 코코뱅(Coq au vin), 타라곤(Tarragon)을 곁들인 닭고기 요리, 겨자를 곁들인 토끼 요리, 졸인 햄이나 뵈브 부르기뇽(Boeuf Bourgignon)과 즐긴다. 미국 오레곤 피노누아는 연어 혹은 송어와도 잘 어울린다.
와인을 즐기다 보면 어느 품종이 나의 취향에 맞는다고 느낄 때가 있을 것이다. 포도 품종에 따라 와인의 맛과 향이 달라지기 때문에 포도 품종을 잘 알고 있으면 와인 구매 시 어려움이 없을 것이다. 물론 요리에 따라 어울리는 와인이 각각 다르기도 하니 좋은 와인을 구매하시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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